동국대 공과대학 불교동아리는 공양미 300석이다. 공대생 불자들이 동료 학생들에게 전하는 공양의 아름다움(美)이라는 뜻이다. 수업에, 학과 프로젝트에 쉴 틈 없는 학우들에게 자비로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겠다는 것.
4월30일 174명의 창립멤버로 창립한 공양미 300석은 회원수도 증가해 동아리명처럼 300명 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따뜻한 분위기와 자유롭고 캐주얼한 운영방침에 공대생들의 관심이 모였다.
9월6일 공양미 300석 이승협 회장과 올해 입학해 동아리 임원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현·이현주 학생을 동국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지도교수 오제민 융합에너지 신소재공학과 교수도 함께했다.
공대는 다른 단과대보다도 공부량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수업뿐만 아니라 수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도 많다. 인문학이나 예술, 철학 기반으로 하는 전공에 비해 공학은 학문적 토대가 비교적 최근에 마련된 터에 개별 교과에 온전히 몰입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오제민 교수의 설명이다.
이승협 회장은 이런 까닭에 “분위기가 삭막해지기 쉽고, 학생들이 학업에만 매몰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3월부터 이어진 단과대 불교동아리 창립 릴레이는 희소식이었다. 학업에 치열한 학우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동과대 불교동아리는 학생들이 ‘불교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캐주얼한 분위기를 목표로 했다. 창립법회와 연등행렬에 참가한 것은 물론 지도법사 무설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서울 법련사에서 다도법회도 진행했다. 또한 조계종 포교원이 개발한 불교 맞춤 성격 유형 검사 프로그램인 에니어그램을 활용한 활동도 가졌다. 예술대학 진선미 회원들과 함께했으며, 같은 성격 유형이 나온 학생들끼리 모여 조별활동도 수행했다.
신입생인 박지현 씨는 템플스테이 경험을 언급하면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불교와 동아리 매력 포인트라고 꼽았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불교도 규율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방학 때 참가한 템플스테이에서의 경험이 생각을 바꾸게 했어요. 명상하다가 약간 졸았는데 ‘괜찮다’라고 말씀해주셨던 스님들의 말씀에 따뜻함을 느꼈어요. 자비로운 마음에 감사했죠.”
학생들은 ‘불교를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이 자연스레 법을 익히고 있다. 이승협 회장은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20년에 입학한 ‘코로나 학번’이다.
승협 씨는 “신입생 때 수업은 비대면으로 들으면서 학교는 친구들과 놀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는데 ‘자아와 명상’ 수업을 들으면서 체험한 명상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어요. ‘불교가 내 생각보다 얻어갈 것이 많은 가르침이구나’ 알게 됐죠. 그래서 동아리 회장도 맡게 됐고요. 이번 학기 개강법회 때 입정을 했는데 다시 한번 마음의 힘을 체감했어요. 5분 명상을 했는데요. ‘마음을 비워라, 나에게 집중하라’는 지도법사 스님의 지도에 따라가다보니 마음에 혼란스러운 것들이 비워지고, 오락가락했던 생각이 정리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스스로 ‘초보명상가’라고 소개한 지현 씨도 동국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명상이 무언지 알쏭달쏭했다고 한다.
“수험생 시절 명상이 컨디션 관리에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게 자는 것과 뭐가 다르지?’ 의문이었어요. 입학하고 들었던 ‘자아와 명상’에서 첫 명상 체험을 했어요. 평소 제가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거기에 매몰돼서 주변을 못 보는 편인데 명상을 하면 생각 정리가 되고 시야가 넓어지더라고요. 아직 초보 명상가라 집중하기도 힘들고 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해볼 생각이에요”
불교가 공대생들의 마음에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에 지도교수를 맡았다는 오제민 교수는 ‘공양미 300석’이 안착한 데 대해 흡족해하면서, 동아리가 동국대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결성된 만큼 학생들 생활의 저변으로 역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초기 동아리 창립의 ‘드라이빙 포스’는 학생들의 관심과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의 지원이었습니다. 앞으로 동아리가 동국대 학생들의 저변이 됐으면 합니다. 와서 사람도 만나고, 여러 가지 활동도 함께할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한다면 동아리는 존속할 것입니다”
공양미 300석은 앞으로도 ‘마음 쉼터’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동아리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현주 씨는 “요즘 ‘분좋카’라고 분위기 좋은 예쁜 카페에서 디저트 먹고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저는 ‘분좋절’을 생각해봤어요. 운치있고 풍광이 아름다운 사찰이 많잖아요. 동아리원들과 함께 사찰을 찾아 차마시고 예쁜 사진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사찰음식 만들기, 시험 기간 간식 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만난 3명의 학생들과 오제민 교수는 심청이가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도록 했던 것처럼, 공과대학 불교동아리 ‘공양미 300석’이 학생들이 알지 못했던 부처님 세계에 눈뜰 수 있도록 역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