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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젊은 로봇 공학자' (83) 송성혁 교수

등록일 2025-06-02 작성자 학과 관리자 조회 25

'젊은 로봇 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한국로봇학회와 로봇신문이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83번째 인터뷰는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송성혁 교수다. 송 교수는 1985년생으로 2011년 2월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8월 서울대 기계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마치고 2016년 9월부터 12월까지 미국의 웨이크 포레스트 바비스트 메디컬 스쿨(Wake Forest Baptist Medical School)의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에서 생체 프린팅에 대해 연구했다. 2017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한국기계연구원(KIMM)에서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였다. 2025년 3월부터 현재까지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4년 12월 한국기계연구원 2025년도 홍보 대상 수상(강성이 실시간으로 가변되는 모핑 휠 기술), 2023년 한국로봇학회 신진과학자상, 2023년 한국정밀공학회 학술대회 최우수 논문상, 2022년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성과 과기부 장관상, 2022년도 대한민국 10대 기계기술 수상 (일상복처럼 쉽고 가볍게 입는 의복형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 2022년 대한기계학회 우수논문상, 2021년도 대한민국 10대 기계기술 수상 (비대면 서비스로봇:요리로봇, 서빙로봇 등을 위한 모든 형상의 물체를 다룰 수 있게 하는 만능그리퍼), 2021년 제 45회 한국기계연구원 창립기념일 유공자 포상(젊은연구자상), 2021년 56회 발명의 날 특허청장 표창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스마트 소프트 복합 액추에이터를 위한 3D 프린팅 기반 제조 시스템, 모바일 로봇을 위한 휠 메커니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위한 그립 시스템, 유연 소재를 위한 제조 공정 등이다.

로봇이 융합학문이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송 교수는 세상에서 아무도 시도해보지 못한, 그러면서도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을 구현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개발해 로봇 연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로봇을 배우고자 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는 지금 하고 있는 연구나 공부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새로운 상상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 로봇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로봇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면 좋겠다는 송성혁 교수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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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송성혁 교수   


Q. 교수님이 계신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동국대학교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는 로봇,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바이오, 소프트 로보틱스, 미래자동차 등 기계공학의 첨단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는 2024년에 교육부의 ‘첨단분야 정원 배정’에 선정되어 ‘지능형로봇’ 분야로 45명 정원을 순수 증원 받아, AI가 접목된 지능형로봇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과는 3개 세부 전공으로 ‘로봇’, ‘에너지’, ‘소재 및 설계’가 운영되고 있어 로봇에 대한 학교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Adaptive & Innovative Robotics Lab(AIRo Lab.)을 만들어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최근 하고 계신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휴머노이드 등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인해 기존에 제어 구현이 어려웠던 로봇들의 성능이 매우 빠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로 대표되는 최근의 로봇도 결국 기계장치의 한 종류로서, 해당 로봇이 투입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이득 대비 투자 비용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의 기능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특정 작업 수행 영역에 대해서는 사람의 작업 속도나 효율을 크게 뛰어넘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로봇의 혁신을 고적응형 구조(Highly-adaptable structure) 및 메커니즘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개념의 로봇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예시 중 하나로, 강성을 실시간으로 변화시켜 다양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휠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휠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발명품 중 하나로서, 평지에서는 지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극복하는 성능이 부족해 최근에는 이족보행이나 사족보행과 같은 로봇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휠의 강성을 실시간으로 변화시키도록 해서, 평지에서는 일반적인 휠과 같이 높은 강성의 동그란 형상을 유지하다가, 장애물을 만나게 되면 갑자기 말랑한 상태로 변화되어 장애물 형상과 일치하게 변화하면서 장애물을 쉽게 극복하도록 구현함으로서 휠의 단점을 보완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렇게 강성이 실시간으로 가변될 수 있는 기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었는데, 복잡한 기계 장치나 센서 없이도 스마트 체인 블록에 적용되는 표면장력만 변경시켜 강성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사람의 주행 속도보다 휠씬 빠르게 이동하면서 동시에 장애물까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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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IF 26.1) 8월호의 표지 논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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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체인 블록과 액체 방울 둘 다 표면장력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접촉각이 작아지고 변형량이 커지는 유사한 특성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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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체인 블록에서의 수축방향 힘과 액체 방울에서의 액체 분자 간 인력으로 인한 표면장력 효과 간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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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장력 모사 모핑 휠이 적용된 4륜 이동 로봇이, 처음에는 휠이 일반적인 원형 형상을 유지하다가 말랑하게 바뀌어 휠 반경의 1.3배 높이의 장애물을 극복한 후 다시 원형의 단단한 휠로 변형되는 모습


또한 하나의 그리퍼로 사람이 구현하기 힘든 정교한 조립 작업까지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고적응형 그리퍼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그리퍼는 기존 로봇으로 구현하기 힘든 고난도 작업의 경우에도 특별한 파지 전략이나 센서 없이도 매우 쉽고 빠르게 조립 등 복합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 예시로서 코끼리 코 끝을 모사하여, 코끼리가 물건을 잡을 때 작은 물체는 코 끝을 오므려 잡고 큰 물체는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잡는 동작을 모사하여, 오므려 잡거나 흡착으로 잡는 동작이 모두 가능한 그리퍼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그리퍼는 집게형과 흡착형의 파지 메커니즘을 동시에 활용해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가진 물체의 파지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퍼의 100분의 1 크기보다 작은 한방 침(직경 0.25mm)을 바닥에서 집어 올리거나, 10배 크기인 박스에 흡착하여 들어 올리는 등 다양한 물체를 파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서 바늘 구멍에 실 끼우개를 조립하는 것과 같이 극도로 정밀한 작업까지도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사람의 손으로도 매우 구현이 어려운 작업들로서, 사람의 성능을 뛰어넘는 로봇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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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와 그리퍼가 다양한 물체를 파지하는 모습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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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놓여있는 한방침(직경 0.25mm)을 꼬집어서 파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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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퍼가 바닥에 놓인 실 끼우개를 세워서 파지한 후, 바늘 귀에 실 끼우개를 정확하게 관통시킨 후 이를 회전시키는 모습


지금 계획중인 로봇은, 사람의 손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지만, 사람 손의 성능을 능가하여 사람이 수행하기 힘든 작업까지도 매우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로봇 핸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현재까지의 로봇과는 다른 방향의 접근방식으로 현재 로봇 기술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2016년 8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Multi-mode High-speed Actuator using Smart Soft Composite”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어떤 내용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안성훈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대학원에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학위과정 동안 주로 진행한 연구는, 3D 프린팅 기반의 유연 구조체에 형상기억합금(SMA)을 구동원으로 삽입하여 복합재 형태의 엑추에이터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복합재는 이방성 특성을 갖기 때문에, 방향에 따라 강성이 달라지고, 이를 구조 설계에 반영하면 단순한 외형의 빔 구조체로도 복잡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합재 내부에 삽입되는 구조체의 형상이 복잡하여 설계가 정교하더라도 실제 제작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복잡한 구조를 한 번에 제작할 수 있는 공정적 장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형상기억합금은 일정 온도 이상에서 본래 형태로 수축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얇은 빔 구조의 상하부에 삽입하면, 바이메탈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온도가 상승한 쪽의 SMA가 수축하며 해당 방향으로 굽힘 변형을 유도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단순한 굽힘 변형만 가능하여, 예를 들어 바다거북의 다리처럼 복잡한 동작을 만들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3D 프린팅 기법을 통해 제작된 유연 구조체를 기반으로, 위·아래 방향으로 SMA 와이어를 배치하고, 이들을 유연 폴리머로 통합하여 하나의 복합재 구조로 구성함으로써, 단일 엑추에이터만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복합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원래의 바다거북 움직임은 여러 개의 엑추에이터가 조합되어야 표현 가능한 고차원적인 동작입니다. 하지만 해당 로봇에서는 하나의 복합재 구동기만으로도 팔의 앞뒤 움직임, 중간 부분의 굽힘, 끝단에서의 굽힘과 비틀림이 결합된 복합 운동까지 모두 표현되는 것을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6년에는 이러한 SMA 기반 복합재 엑추에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100mm를 초과하는 큰 변위를 초당 10회 이상 반복 가능한 고속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였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개발된 SMA 기반 구동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큰 변위를 실현한 사례였습니다.

Q.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가 스마트 소프트 복합 액추에이터를 위한 3D 프린팅 기반 제조 시스템, 모바일 로봇을 위한 휠 메커니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위한 그립 시스템, 유연 소재를 위한 제조 공정 등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모바일 매니퓰레이터에서 그리핑 시스템이 상당히 중요한데 최신 동향이나 기술적인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근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및 그리핑 시스템에서는 복합 환경에서의 고난도 조립 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동형 로봇 관점에서는 얼마나 다양한 지형을 안정적으로 극복하여 주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과,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로봇 상체부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핑 기술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난도의 정밀한 조립 공정을 로봇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율작업 수행을 구현하기 위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뿐만 아니라 그리퍼 자체도 기존과 다른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합니다.

Q.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기계연구원(KIMM)에서 2017년 1월부터 2025년 2월 까지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계셨는데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주로 높은 적응성을 구현할 수 있는 로봇 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아래 영상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엔드이펙터와 이동체 기술에 대해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 착용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결착구조와 관련된 연구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웨어러블 로봇의 동력을 생성하는 구동부와 뼈대 구조에만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구동부에서 생성된 동력이 인체에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유연체 구조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기계연구원 박철훈 박사님께서 개발하신 형상기억합금을 활용한 근육옷감 기반 웨어러블 로봇에 해당 결착구조를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해당 결착구조는 특별한 구동기 없이도, 구조 자체 특성에 의해 구동력에 비례해서 자동적으로 압박력이 가변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착용자가 장시간 착용하더라도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케이블 하네스(harness)를 제작하기 위한 공정에 유연체 특성을 가지는 소프트 그리퍼를 적용하여, 다수의 와이어 다발들에 대해서 기존 로봇 시스템 대비 휠씬 간편하게 정렬 및 이송을 구현하는 연구 또한 수행한 바 있습니다.

로봇 뿐만 아니라 유도가열 공정과 관련한 연구도 수행하였는데, 신발 접착 공정에서 신발 갑피(upper)와 미드솔(midsole)의 접합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를 오래 수행하였습니다. 신발 접착제는 열을 통해 용융을 구현해서 접착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신발의 열전도도가 낮아서 접착제에 효과적으로 열을 전달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유도가열(induction heating) 메커니즘과 전도성 실을 이용하여, 한붓그리기 패턴으로 유연한 신발 내부에 균일가열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가열 대상 물체와 유도가열 코일과의 거리와 관계없이 균일하게 가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자성체 성질의 유연 물체를 효과적으로 가열할 수 있는 최초 기술이었습니다.

삼륜오토바이의 자세제어와 관련된 연구도 수행한 바 있는데, 삼륜오토바이의 경우 저속 상황에서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속으로 회전하는 경우 일반적인 이륜 오토바이처럼 차체를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에 무게중심 이동이 어려워 전복의 위험이 오히려 커지고, 이러한 이유로 민첩한 회전 구현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방 하나의 휠과 후방의 두 개 휠 프레임 사이에 회전조인트를 구성하고, 해당 회전조인트의 강성을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하여, 저속에서는 일반적인 삼륜 오토바이처럼 구동하다가 속도가 증가할수록 회전 강성이 점차 낮아지면서 고속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오토바이처럼 자유롭게 좌우 롤링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Q. 로봇을 연구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로봇이 융합학문이기 때문에 매력이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결합될 수 있는 학문 분야는 제한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거의 모든 공학 분야와 결합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형태의 로봇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새로 해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그 다양한 분야를 모두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변 각 분야 전문가이신 동료 연구자분들과의 협업과 이를 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학부에서 물리학을 하시다가 로봇을 연구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저는 중학교 1학년때 우연히 “재미있는 물리여행”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물리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몇 달동안 책을 보면서 많은 고민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걸 계기로 물리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진학때에도 망설임 없이 물리학과를 선택하였고, 학부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UC 데이비스(UC Davis)에 방문학생으로 파견되었을 때에도 교수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연구실 인턴으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승인을 받아서 연구실 생활도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저의 학문적인 능력 부족 때문이었겠지만,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 무렵 밤마다 새로운 장치나 메커니즘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고민하면서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기계공학 분야에 대한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대학교 안성훈 교수님 연구실에서 기계공학 분야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하시는 것을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고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실에서 처음 제가 맡은 연구는 ‘염료 감응형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TiO2 입자들의 적층 조건에 따른 에너지 변환 효율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당시 박사과정 졸업학기 준비중이셨던 김형중 선배님(현재 건국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의 졸업 주제였던, 지능형 복합재 및 거북로봇 연구의 부사수로서 연구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때 경험한 로봇에 대한 강렬한 인상과 재미 때문에 지금까지 로봇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Q.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세상에서 아무도 시도해보지 못한, 그러면서도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을 구현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로봇을 개발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서 제가 로봇 연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로봇을 전공하려는 후배들에게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지 조언해 주신다면?

저는 로봇은 융합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와 경험,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통해서 로봇 개발 과정에 보다 넓은 시야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의 기초 분야에 대한 공부도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다양한 학문 분야들에 대한 관심과 공부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한 현재 로봇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를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방식과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하는 방식, 이 두 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주로 다루는 소프트 로봇 분야는 후자에 가까운 접근이라 할 수 있으며, 이처럼 기존의 공학적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과 그로부터 나오는 새로운 발상이 향후 의미 있는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하고 계신 연구나 공부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새로운 상상을 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국내 로봇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산학연이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로봇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큰 이슈를 모으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투자가 최근 매우 본격화되고 있지만,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부 연구과제나 산업체에서도 휴머노이드 연구에는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최신 트렌드의 로봇에만 연구개발이 집중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로봇 기술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선제적으로 다양한 로봇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휴머노이드에 대한 열풍이 다른 로봇 분야로 옮겨갈 경우, 그제서야 해당 로봇 분야에 다시 투자하는 형식이 반복된다면 우리나라가 로봇 기술을 먼저 선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Q. 연구에 주로 영향을 받은 교수님이나 연구자가 계시다면...

그동안 많은 훌륭한 연구자 분들께 도움을 받아 왔기 때문에, 한 분 한 분을 모두 언급하기는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깊이 존경하고, 학문적으로 큰 영향을 받은 분은 제 지도교수님이신 안성훈 교수님이십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져야 할 자세와 태도에 대해 끊임없이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매 미팅마다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셔서 연구를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소속되었던 혁신설계 및 통합생산 연구실은 나노 수준의 3D 프린팅부터 마이크로 머시닝, 소프트 로보틱스, 적정기술, 복합재료 등 여러 전공 분야가 유기적으로 융합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다학제적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 중 하나는, 네팔의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고산 지역에 태양광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을 설치해 주는 적정기술 봉사활동이었습니다. 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한 이 현장 경험을 통해 기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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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생체모방 소프트 모핑 기반 기술 발표를 위한 전시회 참석 (좌측 사진에서 왼쪽이 필자, 오른쪽은 현재 KIST의 김승원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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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고산지대에 적정기술을 적용하여 태양광 발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봉사활동 중 사진. 가장 왼쪽이 필자. (이미지 출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홈페이지 중 첫번째 사진)


박사 후 과정에서는 포항공대 조동우 교수님의 소개로 미국의 웨이크 포레스트 바비스트 메디컬 스쿨(Wake Forest Baptist Medical School)의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에서 생체 프린팅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학위 과정 때 앞서 말씀드린 3D 프린팅 구조체가 생체 프린팅에서 사용하는 스캐폴드(scaffold) 구조체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구조 위에 심장 근육 세포를 프린팅 해서 성장시키면 생체 로봇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Wake Forest는 센터장이신 앤소니 아탈라(Anthony Atala) 교수님을 필두로 셀 프린팅(cell printing)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연구를 선도하고 있었고, 해당 연구를 위해 대규모의 센터까지 운영되고 있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포닥 지도교수님이시자 아탈라 교수님과 공동으로 센터를 이끌고 계시던 제임스 유(James Yoo)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 로봇신문(https://www.irobotnews.com)